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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살기

유럽, 이탈리아에서 열쇠 잃어버렸을 때

by 솔_솔_ 2023.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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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보다는 열쇠를 사용하는 유럽

한국에서 평생을 살아왔던 나는 이탈리아로 이사하고 받았던 여러 스트레스 중 하나는 열쇠를 챙기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집에서 도어락을 사용하는 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열쇠를 집에 모두 두고 문을 닫아버려서 현관문을 다 뜯어내야 하는 꿈을 꾸기도 했고, 꿈을 꾼 후 너무 끔찍해서 스페어 키를 연구소에 보관했는데 바로 그다음 날 정말로 키를 둔 채 문을 잠가버리는 섬뜩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열쇠를 분실하면 문을 모두 바꿔야 한다?

열쇠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건, 열쇠뭉치를 잃어버리면 내가 개인으로 쓰는 방 키는 물론이고, 집 현관과 아파트 공동현관 열쇠를 통째로 바꿔야 해서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공동 현관 열쇠를 바꾸게 되면 입주자들의 열쇠까지 모두 맞춰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복사할 키가 있다면 열쇠 복사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밀라노에서 열쇠를 도난당하다...

열쇠를 단순 분실한 적은 아직 없지만 열쇠를 도둑맞는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밀라노에서 이모와 엄마랑 식당 안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식당 안이어서 경계를 풀고 가방을 의자 뒤에 걸쳐 놓았는데, 사람이 계속 앉아있었는데도 가방을 통째로 도둑질해 갔다. 그리고 가방 안에는 이모와 엄마에게 제공해 드린 아파트 키 뭉치가 하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키 보관에 대한 스트레스가 평소에도 많았던 나는, 당시에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아파트 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에 아주 막막했다... 이후 여행 중에도 문득문득 떠오르면 마음이 먹먹했다 ㅎㅎㅎ

 

철물점에서 만능키 복사?

먼저 집주인에게 키를 도둑맞아 분실한 사정을 이야기했다. 집주인은 혹시 키 뭉치에 집 주소가 적혀있는지 물었다. 집주소가 적힌 키링은 도둑맞지 않은 스페어 키뭉치에 걸려있었는데, 영사과에서 듣기로는 집주소가 적혀있으면 도둑이 집까지 들어올 수도 있다고 했다... 어휴... 어쨌든 집주인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았더니 철물점 (이탈리아어로 Ferramenta)에 가서 만능 키 복사를 물어보라고 했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일단 키 없이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플랫메이트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에 돌아올 때까지 집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는데,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호텔을 예약하려던 찰나에 플랫메이트가 돌아왔다! 다행히 그 친구의 열쇠로 스페어 키가 있는 방까지 들어가서 엄마와 이모가 생활은 하실 수 있게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키 종류별 복사 방법과 비용

나는 출근을 해야 해서 엄마가 대신 철물점에 방문해 주셨는데, 방 열쇠와 공동현관 열쇠는 각각 2유로, 5유로에 금방 복사가 가능했다. 문제는 집 현관 키였다. 현과 키 복사를 위해서는 ID 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엄마랑 이모가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남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철물점에 방문했다. 아이디 카드가 무엇인지 철물점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 같은 카드가 있다고 알려줬다. 카드를 가지고 오면 30유로에서 35유로 사이에 복사할 수 있다고 했다. 비용은 조금 더 발생하지만 그래도 모든 키가 복사가 가능하다니 너무 다행이었다... 도난사건으로 그동안 짊어지고 있었던 짐들이 이때 다 해소되었던 것 같다.

유럽 ID 카드키 복사에 필요한 키와 카드!

 

집주인에게 카드를 주면 복사해오겠다고 했다. 숙소를 정리하던 날, 집주인은 나중에 키를 복사한 후 영수증과 함께 비용을 알려줄 테니 송금해 달라고 했다. 너무 고마웠다. 가지고 있던 키들을 집주인에게 넘겨줬을 때의 해방감이 굉장했다 ㅎㅎㅎ

 

키 복사 영수증가지 보내준 친절한 집주인

 

어쨌든, 이탈리아에서 키를 분실하더라도 복사가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 경우는 스페어 키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고 만약 복사할 수 있는 키가 없다면 정말 문을 뜯어내고 교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동안 염려했던 것처럼 키를 몽땅 집에 두고 문이 잠겨버리는 경우는 정말 더 곤란하겠지 싶다. 도어록 쓰는 한국에 빨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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