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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키우기

나눔받은 뱅갈 고무나무 분갈이

by 솔_솔_ 2021.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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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갈이는 내 평생 처음이다. 인생이 지겹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지겹게 산 인생에서도 처음인 일이 있어서 설레고 그게 참 다행인 것 같다. 오늘의 설렘은 다이소에서 흙을 고를 때, 딱 그때 까지였다.

첫 분갈이로 이렇게까지나 큰 화분을 시도한 건 정말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라서 가능했다. 플라스틱인지 고무인지 모를 얇디얇은 화분에 심겨있는 작은 오렌지 재스민도 분갈이를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옆방에서 말라가고 있는데, 족히 열 배는 차이나는 나무 분갈이라니. 나무와 흙, 화분을 계단으로 나르고 난 후 마침 정신도 혼미해져서 그렇게 밤 11시에 생에 첫 분갈이를 시작했다.

일단 나무뿌리는 나무에 비해 아주아주 연약해 보였다. 목질 몇 군데를 손톱으로 긁었을 때 아직 초록 초록한 걸 보면 죽을 정도는 아니고, 흙이 전체적으로 축축한 걸로 보아 과습 때문에 얼마 전부터 잎이 떨어지기 시작한 게 맞는 것 같다.

뿌리도 잎도 얼마 없는 이친구를 살릴 수 있을까…?

기존 화분의 흙을 다 쏟아내고, 화분의 배수구를 칼로 다듬었다. 화분이 mdf 소재일리는 없을 텐데, 물에 불어서 배수구가 부풀어 있길래 물이 잘빠지길 바라며 넓혀준 후 원래 있던 배수구 망을 깔았다.

유튜브를 보면 큰 화분에 스티로폼을 넣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던데, 모르겠고 넣었다. 내 목표는 고무나무를 오늘 밤 화분 안에서 재우는 거였다. 스티로폼은 또 어디서 구하나 걱정했는데 마침 오늘은 쓰레기 버리는 날이었고 마침 누군가가 스티로폼 박스를 버려뒀길래 잘 썼다. 스티로폼을 양파망에 넣고 담으라던데, 양파망을 버린 사람은 없어서 아쉬운 대로 집에 있던 플라스틱 방충망으로 잘 감쌌다.

그 위로는 마사토를 깔아준 후 상토를 넣었다. 새로 산 흙만으로는 모자라서 원래 화분애 있던 흙도 뿌리와 먼 쪽에 채웠다. 흙을 재사용할 때는 뜨거운 물로 튀겼다가 말려야 세균이나 벌레를 죽일 수 있다는데 모르겠고 그냥 넣었다. 다음 재사용 때엔 그렇게 하던지,,,

화분 중앙에 나무 자리를 잡고 흙을 마저 채우니 이젠 화장실 턱을 넘어가서 물 주는 게 문제였다. 정말 간신히 옮겨서 물을 주고 배수가 잘 되는지 확인하는데, 봐도 봐도 이게 잘되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배수가 안 되는 거여도 당장 대책은 없으니 충분히 물을 흘려보낸 후 친구 도움으로 방으로 옮겼다. 하마터면 고무나무 옆에서 샤워를 할 뻔했는데 다행이었다.

분갈이 후 첫 사진!!

나무를 이리저리 옮기다가 안 그래도 얼마 없는 나뭇잎을 세장이나 떨어뜨렸다.. 남아있는 이파리 다섯 장을 물 묻힌 휴지로 닦아주고 제발 힘내서 광합성하기를 빌었다. 건강하게 살아주면 너무 좋겠다. 새 잎이 나는 날은 축하주도 마시고, 점점 자라면 가지치기도 하고 얼마나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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