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만치 않은 이탈리아 생활

이탈리아 체류허가증 신청 및 세금 코드 발급

by 솔_솔_ 2022. 8. 9.
반응형

벌써 신청한 지 2달이 넘게 지났지만 기억을 더듬어가며 혼란스러웠던 그날을 복기해본다. Permesso di Soggiorno라는 서류는 이탈리아에서의 체류허가증으로, 이탈리아에서 일을 하려면 가장 먼저 신청해야 하는 서류이다. 한국에 있는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을 때에 이 거주 증명서를 이탈리아 도착 후 8일 이내에 꼭 받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었다. 아래 사진은 그 내용이 담긴 비자 소지자의 의무에 대한 안내문이다.

체류 허가증 신청의 의무가 안내되어있다


감사하게도 나는 회사 인사팀 직원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이탈리아로의 이주 초반에 생기는 복잡한 일들을 조금 수월하게 해결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인사팀 직원까지 동행했는데도 버벅거리는 행정처리를 보며 이게 다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 혼자 했다면 아직도 쩔쩔매고 있었을지 모른다.

체류허가증을 신청하고 발급받기 위해서는 신청일-인증일(지문등록 등)-발급일에 기관을 방문해야한다. 각 일정 사이에는 2개월여의 공백이 있고, 첫날인 신청일에는 총 두 군데를 방문해야 한다. 시청 비슷한 Prefettura라는 곳과 우체국이다.

천장 프레스코화가 너무 멋졌던 제노바 prefettura!
흔한 이태리 우체국. 왼쪽에 보이는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 된다.


내 경우에는 HR팀에서 미리 예약을 잡아준 덕분에, 일을 시작하는 6월 1일에 쏘조르노를 신청하러 갈 수 있었다. 게다가 인사팀 직원이 Prefettura와 우체국에 모두 동행해준 덕분에 영어를 못하는 공무원과 이탈리아어라고는 '커피 한잔 부탁합니다' 밖에 못하는 내가 서류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준비 서류도 미리 다 알려줘서 호텔에서 이것저것 출력해가며 준비해 갔다. 준비 서류는 아래와 같았다.

- 여권 원본
- 뭔가 적혀진 모든 면의 여권 사본 : 개인정보, 출입국 도장, 이탈리아 비자가 나와있는 모든 면을 복사해서 준비했다. 여기서 조금 걱정되었던 점이 있었는데, 나는 폴란드에서 환승을 하느라 입국도장이 폴란드 입국도장뿐이고 이탈리아 입국 증명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 3개의 marca da bollo (16유로) : 이게 뭔지 잘 몰라서 걱정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증 발급받을 때 인지세라며 우표 같은 것을 사서 붙이는 것과 비슷했다. 골목 곳곳에 있는 타바끼라는 곳에서 판매하는데, 타바끼는 담배가게라는 뜻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우표라던지 휴지 라이터 등등 이것저것을 파는 구멍가게 같은 곳이다. 타바끼에 가서 marca da bolllo를 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레지덴짜라는 거주 증명서를 요구했었다. 나는 이제 막 이태리에 도착했고, 어디서 일하고, 서류를 이제 신청하러 가기 때문에 그런 게 없다고 한참 설명해도 안된다고 했는데, 결국 다른 사람이 나오더니 바로 줬다. 이게 융통성이 있는 건지 규정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필요한 건 받았으니 넘어갔다. 3개의 marca da bollo 중 하나는 기관에서 주는 서류에 부착하고, 나머지는 눌라오스타 관련해서 사용되었다.
- 숙소 증빙: 나는 당시에 호텔에 묵고 있었기 때문에, 주소지가 나와있는 호텔 인보이스가 필요했다. 나는 회사에서 돈을 내줘서 내가 인보이스를 받을 수 없었는데, 그냥 예약 확인서를 가져갔더니 이것도 별 문제는 없었다.
에어비앤비에 묵는 경우는 에어비앤비 인보이스도 가능하다고 했고, 집 계약을 미리 해서 들어간 경우라면 copies of contract + accommodation suitability certificate/confirmation of the accommodation suitability request가 필요하다고 했다.
- 우체국에 제출할 110유로: 처음에 이걸 봤을 땐 갑자기 무슨 우체국??? 이랬는데 나중에 따라다니다 보니 한 군데에서 신청과 지불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고 돈은 우체국으로 가서 내야 했다...ㅎㅎ 현금도 되고 카드도 된다.

필요한 서류들을 다 챙겨서 예약시간에 맞춰 먼저 Perfettura를 방문했다. 제노바 perfettura 주소는 아래와 같다.
Largo Eros Lanfranco 1 – 16121 Genova : https://www.google.it/maps/place/Largo+Eros+Lai nfranco,+1,+16122+Genova+GE/@44.4098844,8.9351532,17z/data=!4m13!1m7!3m6!1s0x12d343e8ee90bf23:0xa9e4cefa91216297!2sLargo+Eros+Lanfranco,+1,+16122+Genova+GE!3b1!8m2!3d44.4098806!4d8.9373419!3m4!1s0x12d343e8ee90bf23:0xa9e4cefa91216297!8m2!3d44.4098806!4d8.9373419

 

Google Maps

Find local businesses, view maps and get driving directions in Google Maps.

www.google.it


prefettura에 들어가서 챙겨 온 문서들을 제출했더니 그자리에서 바로 세금 코드인 Codice Fiscale를 받을 수 있었다. 난 이걸 신청하는줄도 몰랐고 필요한지도 몰랐는데 인사팀 직원이 다 해줘서 받았다. 이 코디체 피스칼레는 나중에 집 계약할 때, 은행계좌 만들 때, 카드 발급받을 때 등등 거의 모든 신청서류에 필요하게 되니 잘 챙겨둬야 한다.

세금코드 종이이다. 한국에서는 세금번호 쓸 일이 없는데 여기서는 뭐만 하려고하면 주민등록번호처럼 요구한다.

다음으로, 쏘조르노 신청을 위해 개인정보를 작성하고 서명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중간에 prefettura 직원이 난감하다는 듯 고개를 양옆으로 계속 저어서 불길한 느낌에 인사팀 직원을 쳐다봤는데, 웹사이트 문제니 괜찮다고 했다. 어째 저째 서류가 꾸려졌고, 이탈리아에서 문화/언어를 배우겠다는 문서에 서명한 뒤 봉투에 담아 우체국으로 향했다. 이걸 왜 prefettura에서 바로 안 하고 우체국에 가야 하는 걸까..?

어쨌든 받은 서류들을 들고 우체국에 가서 1시간 30분가량을 기다렸다. prefettura에서 받아온 문서에 바코드가 붙어있었는데, 이걸 우체국 직원이 스캔하더니 뭔가 안된다고 했다. 왜 안 되는지도 모르겠고 왜 바코드를 만들어서 붙이고 스캔하는지도...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었지만 어쨌든 인사팀 직원이 함께해줘서 문서를 다시 들고 prefettura로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하는 첫날인데 대환장파티였다.

인사팀 직원이 아까 만났던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지만 공무원은 계속해서 절레절레... 인사팀 직원이 내게 알려주기를, 몇 달 전에 이탈리아 행정기관 시스템을 업데이트했는데 그 후로 문제가 많다고 했다. 게다가 더이상 prefettura에서 할 수 있는건 없고 이미 신청이 되었기 때문에 회사로 가서 추가 서류를 작성해서 우체국을 재방문한 뒤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때부터 약간 꿈꾸는 것 같았다.

회사 인사팀 옆방에서 손으로 문서쓰기...

회사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은 뒤 다시 인사팀 직원을 만났다. 페이지 수만 봐도 압도되는 원고지 같은 종이에 볼펜으로 틀리지 않게 조심해가며 한 글자 한 글자 받아쓰기를 했다..ㅎㅎㅎ 이 서류 작성하는 데에만 또 한 시간이 걸렸다. 추가 서류 제출을 위한 우체국 방문은 인사팀 직원 없이 가야 했기 때문에, 인사팀 직원이 이태리어로 편지를 써줬다. 이 사람은 어디서 일하는 어떤 박사이고 무엇을 신청하려고 한다... 이런 내용이었다.

결국 퇴근 후 회사 근처의 늦게까지 일하는 우체국을 찾아가서 편지를 보여주고, 다시 서류를 제출했다. 뭐라고 뭐라고 또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했는데 알아듣지 못했고.... 달라고 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돈 지불하고... 그렇게 마무리는 했다. 마치고 나니 7시였다. ㅎㅎㅎ.


우체국에 최종 제출을 하고 나면 영수증들과 쏘조르노 신청 증명서를 주는데, 이걸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후에 발급받아야 하는 대부분의 문서에 이게 필요하다. 신청은 끝났고, 8월 8일에 또 어딘가로 가서 지문을 찍는 등의 인증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행정에 많은 박수를 보냈던 날이었다.

댓글